mano on the bridge!
[디에고카샤] counting down to midnight (디에고 생일 로그) 본문
그녀가 돌아온 것은 밤 11시 반이 넘은 늦은 시각이었다.
오후 느지막이 눈을 떴을 때, 곁에 잠들어 있어야 할 그의 연인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먼저 일어나서 식사라도 준비하는 중인가 했더니, 머리맡에 ‘잠시 외출하고 올게요. 식사는 미리 챙겨놨으니 전자 레인지에 데워 먹어요. 늦을 수도 있으니 식사 거르지 말고. Love, K’, 라는 짤막한 쪽지가 남겨져 있었다.
외출을 하더라도 보통은 동행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고, 꼭 혼자서 외출할 일이 있다면 미리 언질을 주던 그녀가 갑자기 이런 식으로 사라지는 일은 처음이었기에, 디에고는 한 동안 멍하게 쪽지를 바라보다 도로 침대에 누웠다. 정 급하면 연락하면 되겠지. 기지개를 쭉 펴고서 주섬주섬 일어나 대충 옷을 챙겨 입고서 부엌으로 향했다.
연인이 없는 오후는 생각 외로 길었다. 느적느적 식사를 할 때도 야채 골라내지 말고 다 먹으라는 잔소리를 해줄 이 없이 혼자, 습관적으로 커피를 두 잔 내려왔더니 같이 마셔줄 이 없이 혼자(결국은 혼자서 다 마셔버렸다),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어도 반대편에서 누워 이따금씩 발 장난을 쳐줄 이 없이 혼자, 심심함에 고전 영화를 틀어서 봐도 어깨 위에 머리를 부비며 눈 앞의 화면에 집중해줄 이 없이 혼자였다. 혼자 이 집에서 지낸 시간이 더 길었을 텐데, 같이 지내기 시작한지 오래 되지도 않았을 텐데. 이게 이렇게 허전하고 어색한 일이었던가? 어깨를 으쓱 이며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누워버렸다. 흘깃 시간을 확인하니, 밤 9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연인은 몹시도 늦는 모양이었다. 그대로 눈을 감았다.
눈을 뜨니, 불을 켜놓은 채 환히 밝혀진 천장이 보였다. 그대로 잠들었던 모양이었다. 시계를 보았다. 11시 37분. 눈을 비비며 천천히 몸을 일으킨 순간, 현관 쪽에서 익숙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돌아온 것이 분명했다. 벌떡 일어나 현관 앞으로 나오자, 머리를 쓸어 올리며 걸어 들어오는 카시아의 모습이 보였다. 청바지, 헐렁한 티셔츠, 재킷이라는 단순한 차림이지만 늘씬한 체격에는 그것이 썩 잘 어울렸다. 어깨에 걸친 자그마한 핸드백 외에 손에 쇼핑백이 하나 들려 있는 것으로 보아, 쇼핑이라도 하고 오는 길이었을까. 자신을 발견하고서 환하게 미소 지으며 안겨오는 카시아를 포옹과 짧은 키스로 반겨주며 디에고 역시 웃었다.
“나들이는 즐거웠어요?”
“응, 갑자기 급한 일이 있어서. 늦었죠, 미안해요. 식사는?”
“대충. 오늘도 잘 먹었어요.”
이마에 입을 맞춰와서 푸스스, 웃음을 터뜨리고는 카시아가 그의 손을 살짝 잡으며 침실로 이끌었다.
“보여줄게 있는데.”
이끌리는 대로 따라가던 디에고가 픽 웃음을 지었다.
“도대체 그게 뭘까.”
“보면 알게 될 거예요. 일단은, 자.”
그를 침대 위에 앉히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가, 어느새 주머니에서 너비가 굵은 리본을 하나 꺼내어 들고는 그것으로 눈을 가리며 머리 뒤쪽으로 단단히 매듭을 지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처 막을 틈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눈이 가려진 채 디에고는 침대 끄트머리에 그렇게 앉혀졌다.
“정말로 뭘 할 생각이길래.”
“쉿, 얼마 안 걸리니까. 기다려요, 훔쳐보기 없기.”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고는 어디론가로 총총히 사라져가는 그녀의 기척을 느끼며, 우두커니 어둠 속에 남겨져 있으려니 좀 심심하기도 했다. 사실 눈을 가리고 있는 리본쯤이야 간단히 풀어버릴 수 있었지만, 무슨 꿍꿍이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그냥 가만히 있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긴 한데, 아주 잠시간의 어둠과 침묵이 이렇게 심심한 것인 줄은 미처 몰랐다. 못 참고 소리를 내었다.
“멀었어요?”
“아직-!”
아주 멀지는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또 얼마가 흘렀을까, 한 번 더 목소리를 높여보았다.
“아직입니까?”
“거의 다 됐어요-!”
이번에는 조금 더 긴 어둠과 침묵. 못 참고 마지막으로 소리를 내려던 찰나, 천천히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자신의 앞에 서서 머리칼을 살살 쓰다듬다가,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머리 매듭에 양 손을 대는 것이 느껴졌다. 갑자기 목이 타서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최대한 빨리 한다고 하긴 했는데, 늦었죠. 암튼, 준비 됐어요?”
“얼른. 나 궁금해서 미치겠어요.”
푸슷,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했더니, 매듭을 살살 끌러내는 손길이 느껴졌다. 시야가 갑자기 밝아진 순간.
“……? 카샤, 그건……?”
바로 눈 앞에, 전체가 레이스로 장식된 검은색의 란제리를 걸친 상반신이 보였다. 가느다랗고 탄력 있는 허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튜브탑처럼 가슴 아래쪽을 살짝 감싸는 디자인의 것을 위아래로 맞춰 걸치고, 같은 무늬가 들어간 검은색 실크 가운을 두른 모습이었다. 고개를 들자, 카시아가 부끄러운 듯 배시시 웃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며 목 뒤 쪽에 팔을 둘러왔다. 시선을 살짝 돌려 시계를 확인하자, 11시 58분.
“아직 2분 남긴 했지만…….”
싱긋 웃는 얼굴이 더욱 가까워졌다.
“Happy birthday, my dearest Lu.”
고개를 숙여 깊이 입술을 맞대고는, 얼굴을 떨어뜨리며 그녀가 웃었다. 아, 무슨 속셈인가 했더니. 못 당하겠다는 듯 디에고가 픽 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 밖에 떠오르는 게 없어서. 마음에 들어요? 어때요? 이상하지 않아요?”
뒷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오는 연인의 기분 좋은 손길을 느끼며 디에고는 참지 못 하고 미소를 지었다. 양 팔로 가녀린 허리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 들이며 그대로 침대 위에 길게 누웠다. 할 말을 잊은 듯 고개를 작게 가로 저으며 바람이 빠진 듯한 소리를 내며 웃다가,
“단언컨대, 카샤.”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에요.”
입술이 한 번 더 깊이 맞닿았다. 삐빅, 자정을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
자정에 맞춰서 공개할 예정이었는데, 그만 커뮤 개장이 둘이나 겹치는....바람에....(고개박)(석고대죄)
하하하하 디에고 생일 축하하고 사랑해!!!!!!! 앤오님 사랑해요 엉엉 디에고가 내 앤캐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