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o on the bridge!
[디에고카샤] another (40일 기념 로그) 본문
커뮤 엔딩과는 다른 평행우주, 디에고가 죽는 악몽을 꾸는 카샤 이야기
지난 생에 우리는 무엇이었을까
죽어가는 너를 안고 어쩔 줄 몰라 하던 골짜기에서
너와 아프게 이별한 적이 있었던 것일까
너와 나 사이를 건너가고 건너오는 애틋함은
어느 생에서 여기까지 이어져 오는 걸까
-도종환 ‘연분홍’
헉, 외마디 소리와 함께 몸이 벌떡 일으켜졌다.
마치 물 속에서 숨을 참았다가 물 위로 올라와 한꺼번에 토해내듯, 어깨를 한껏 들썩이며 가쁜 숨을 연신 뱉어내다,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고개를 늘어뜨렸다.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다, 그제서야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음을 깨달았다.
멍하니 상반신을 축 늘어뜨리고 있다가, 손을 더듬어 습관처럼 머리맡에 둔 패드를 찾았다. 이제는 숨 쉬는 것보다도 익숙한 손놀림으로 수신인을 지정하고는, 빠른 손놀림으로 메시지를 써내려 갔다. [ 전송 ] 명령을 내리기 직전, 손가락이 멈칫했다. 기억이 맞다면 그는 오늘 감마 시프트였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다가 돌아온 그를 이렇게 귀찮게 해도 괜찮은 걸까. 그렇다고 그만두자니, 잠시라도 얼굴을 보지 않으면, 이 손으로 그를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남은 잠을 채 이루지 못 할 것만 같았다. 미칠 것만 같은 기분에 이미 심장이 크게 뛰고 있었고, 뭐라도 하지 않으면 진정하지 못 할 것이 뻔했다. 미안해요, 속으로 중얼대며 꾸욱, 전송 버튼을 눌렀다.
답이 도착하는 데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 무슨 일 있어요? 일단은 쿼터로 와요. ]
잠옷 바람이었지만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검은 가디건을 주워 들어 캐미솔 위에 대충 겹쳐 입으며, 카시아는 자신의 쿼터를 바람같이 떠났다.
그의 쿼터는 이제 눈 감고도 찾아올 수 있을 정도로 익숙했다. 각자의 시프트가 끝나면, 우선은 연락을 취해서 서로의 시간을 확인한 뒤 어느 한 쪽의 쿼터를 찾는 것이 사실상 일상처럼 굳어진 지 오래였다. 오프 시프트 같은 날은 거의 하루 종일 붙어 있는 것도 예사였지만, 때로는 아주 잠깐이라도 시간을 쪼개 서로의 쿼터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도대체 왜 2인용 쿼터는 없는 거냐는 웃음기 섞인 불평을 입버릇처럼 꺼내며.
문은 열어두었다고 했다. 문 앞에 서서, 망설임 없이 자동문을 열었다. 열자마자 그의 얼굴이, 가장 보고 싶었던 연인의 얼굴이 그녀를 반겨주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 디에고가 입을 채 떼기도 전에, 아주 조금 빠른 몸짓으로 카시아가 뛰어들 듯 그의 품에 안겼다. 양 팔을 등 뒤로 둘러 힘을 꼬옥 주며 안겨오는 연인의 행동에, 아주 약간 당혹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디에고가 턱 바로 밑에 고개를 묻은 뒷머리를 살살 쓸어 넘겼다.
“오늘따라 어리광이 좀 심한데. 진짜로 무슨 일 있었습니까?”
대답 없이 그저 가슴팍에 고개를 묻은 채 안겨있는 그녀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머리를 쓸어 넘기던 손을 미끄러뜨려 자연스럽게 어깨를 살짝 감싸 안았다. 아주 미세하지만 떨고 있는 어깨를 느끼며, 디에고는 비로소 이렇게 불쑥 찾아온 이유를 확신하고서 질문을 던졌다.
“또 악몽을 꿨나요.”
품 속에 얼굴을 묻은 채, 끄덕.
“요즘 들어 자주 꾼다는……내가 죽는 꿈 말입니까?”
이번에는 약간의 공백을 두고서, 끄덕. 거의 동시에 으스러지도록 힘을 주어 안겨오는 두 팔을 느끼며, 눈치채지 못 하도록 작게 한숨을 쉬고는 눈을 감았다. 어깨와 뒷머리를 연신 쓸어 넘겨주며 정수리에 짧게 입을 맞춰주고는,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불안해하고 있을 때는 이렇게 진정시켜달라던 평소 그녀의 부탁 그대로.
“이젠 괜찮아요. 난 여기 있으니까. 아무 일도 없으니까. 괜찮아, 정말로.”
말이 끝남과 동시에 깊게 파고들어오는 입술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디에고는 그녀의 목덜미와 얼굴 가장자리를 양 손으로 쓰다듬었다. 얕은 숨소리, 입술의 파열음이 뒤섞이다, 이내 서로의 혀가 섞여 들어 한참을 탐하고 나서야 그의 입술은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양 손으로 제 얼굴을 붙잡고서 이마, 콧날, 눈꺼풀, 뺨, 닿는 대로 얼굴 여기저기 자잘한 키스를 남기는 그의 손 위에 자신의 것을 포개고서, 떨리는 목소리로 카시아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라도 확인하지 않으면 내가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미안해요, 피곤할 텐데, 갑자기.”
대답 대신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마지막으로 정수리에 한 번 더 입을 맞추고서 그대로 머리를 품 속으로 끌어당기며 그가 속삭였다.
“원한다면 몇 번이고 확인 해요. 나는 언제나 여기 있을 거고, 그건 변하지 않으니까. 나는 절대로 어디 가지 않을 테니까. I promise.”
그제서야 희미하게 웃으며 카시아는 고개를 들어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손을 뻗어 그의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운을 떼었다.
“나 하나만 더 부탁해도 될까요.”
“뭔데요. 말해봐요.”
그가 거절할 리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이렇게 항상 뻔한 부탁을 입에 담고 만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카시아가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나 좀 재워줘요. 곁에서, 꼭 끌어안고, 떨어지지 말고.”
픽 웃으며 그녀의 손을 살며시 끌어 침대로 안내하는 그의 손길이 못내 다정하여, 왈칵 솟구치려는 눈물을 꾹 누르고서 카시아는 이제는 제법 익숙한 침대 위에 풀썩 엎어지듯 누웠다. 그런 그녀가 그저 사랑스러워 피식 웃고서 디에고 역시 자연스럽게 곁에 누웠다. 눈을 감은 채 얼굴을 베개 위에 폭 묻은 그녀의 얼굴 위에 드리워진 머리칼을 디에고가 하나 하나 넘겨주자, 반짝 눈을 뜨고서 배시시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아 끌어 입가에 대고 쪽, 입을 맞추었다. 손을 잡은 채 꼬물대며 카시아가 물음을 던졌다.
“루, 전생이나 평행우주 같은 거……믿어요?”
갑작스러운 물음에 의아해 하면서도, 잠시 생각하듯 시선을 허공으로 돌렸다가 그가 대답했다.
“전생은 잘 모르겠지만, 평행우주라면. 꽤 그럴싸한 이야기잖아요.”
어느덧 웃음기가 가신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내가 꾸는 꿈이……단순한 꿈이 아니라, 어딘가의 평행우주에 있는 루가 정말로……죽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죽는 것, 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면서 유독 떨리는 목소리. 아까 전에 끌어안았던 어깨처럼 가느다랗게 떨리는 손을 힘주어 꼭 잡으며 자신의 입가에 그것을 가져다 대었다. 소리 내어 입을 맞추고는 마주 잡은 손에 얼굴을 맞대고서, 낮은 목소리로 그가 속삭였다.
“여기 이 평행우주의 루는 이렇게 살아있지 않습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요.”
어느덧 물기로 촉촉해진 눈망울로 사뭇 진지한 표정의 연인을 바라보다, 못 견디겠다는 듯 카시아가 바싹 가까이 붙어 그의 목덜미에 자잘하게 키스를 남기기 시작했다. 가슴팍을 손으로 더듬다가, 셔츠 밑 이곳 저곳에 남겨진 흉터며 생채기를 떠올렸다. 불과 얼마 전 의식을 잃고서 메드베이에 누워있던 모습과 함께, 방금 전 꿈의 잔상이 떠올라 그녀의 머리 속을 다시금 헤집었다. 잔상을 떨쳐내려 가슴팍에 고개를 한껏 묻어버리고서 그녀가 울먹이듯 속삭였다.
“부탁하는데, 다시는, 더 이상, 무모한 짓은 하지 말아요…….”
대답 대신 그가 이마에 키스를 해와, 가슴에 묻은 얼굴을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미안함과 약간의 죄책감이 어린 눈빛. 그가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용서를 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같은 부탁을 해버리고 마는 스스로의 어리석음과 이기심을 자책하며 다시 한 번 입술을 맞대었다. 짧게 붙었다가 떨어지고는, 조금 더 깊이 파고들었다가, 거친 숨소리가 서로 한데 얽히며 혀가 섞여 들어가자 자연스럽게 그가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이 되었다. 입술을 떼고서, 눈을 거의 동시에 떠서 서로를 말없이 마주보다, 그녀가 양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콧날이 거의 닿도록 얼굴을 가까이 끌어당기며 그녀가 속삭였다.
“진짜 마지막 부탁인데.”
뭔데요, 마치 알면서도 속아주듯 대답해오는 그의 눈빛에 이번에야말로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아, 눈을 감으며 그의 이마를 자신의 것에 맞대었다.
“확인하게 해줘요. 당신의 체온, 당신의 모든 것을……다 느끼고 싶어.”
그 말이 신호탄이라도 되는 양, 그의 입술이 그녀의 것을 깊이 덮쳐왔다. 화답하듯 양 팔을 목덜미 뒤로 둘러 입맞춤에 순순히 응하며, 그녀가 그의 뒷머리를 손으로 연신 쓸어 올렸다. 그가 손을 더듬어 가디건과 캐미솔을 머리 위로 벗겨내자, 대답처럼 그녀가 티셔츠를 끌어 올려내고, 깊어지는 입맞춤과 함께 탄식 같은 숨소리와 얕은 신음소리가 쿼터를 메우기 시작했다.
눈가에서 가득 흘러 넘친 한 줄기 눈물은, ‘어느 곳’에 있는 ‘그녀’의 것이었을까. 의문은 대답을 구하지 못한 채 허공에 흩어지고 말았다.
Fin.
-2017년 1월 22일에 러닝이 완료된 <스타트렉> 기반 커뮤니티 <STAR TREK: H.O.H>에서 연을 맺게 된 ‘카시아 렌’과 ‘디에고 L. 루시엔’의 로그입니다.
-사실 진엔딩? 원래 엔딩? 에서는 말이죠....디에고는 이미 이 세상 분이 아니십니다(두둥) 조사 4일차에 그만....(왈칵) 그래서 캐도 오너도 동시에 멘탈이 나노 단위로 갈려서 날아가는 그런 경험을 했구....엉엉....ㅠㅠ 엔딩 후 오프 더 레코드 AU가 종료되고 나서 ‘사망이 아닌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하고 러닝하시면 된다’는 공지를 보고서 제 멋대로 ‘어딘가의 평행우주에서 사망이 아닌 임무 중 중상을 입고 의식 불명 상태에 빠져있다가 깨어나 돌발 고백을 하고 교제중’이라는 것으로 정리해버렸습니다. 원래 트렉 세계관의 묘미는 멀티버스잖아요....?(대체)
-이 로그는 저 평행우주 썰을 조금 더 발전시켜서, 어딘가의 평행우주에서 디에고가 죽어버리는 꿈을 꾸고서 카샤가 어리광을 부리는 그런 내용으로 하려고 했는데....뭔가 장르가 좀 달라져버렸다?(흐릿) 써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어제 저 도종환의 시를 관캐야, 봇으로 보고 삘 받아서 후닥닥 써봤는데....앤오님 앤캐님 미안해요 흑흑....
-사실 저도 앤오님도 ○○일은 잘 안 챙기는 편이라 잊고 있었는데, 어플을 확인해보니 오늘이 디에고카샤 40일이라지 뭐예요....? 그래서 멋대로 40일 기념 로그인걸로(대체) 아마 둘이 실제로 썸타고 사귄 기간은 훨씬 길었을 테지만요. 일단 탐사 기간 중에 서로 썸 타다가, 임무 중에 중상 입고 의식 잃었다가, 깨어나서 돌발 고백한 뒤에 재활도 해야지, 재활 하고서 탐사기간이 또 길었을 테니....이건 따로 별로의 로그를 꽤 예전부터 구상하고 있었는데, 언젠가....조만간....(땀)
-마지막으로 앤오님 앤캐님 사랑해요!!!!!!!!! 디에고랑 카샤랑 천년만년 사랑해라!!!!!!!!!!!!(오열)